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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랜더스 칼럼 시리즈 #111, 오바마의 ‘American Factory’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셰일석유가 각자도생을 재촉한다!

영어로 8월은 ‘August’이다. 이는 로마의 초대 황제이며 로마의 전성기를 열면서 많은 업적을 남긴 아우구스투스(Augustus) 황제를 기리기 위해 생긴 단어이다. 그가 기원전 30년 8월 1일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페트라의 연합군을 격파하고 집권한 것을 기념해서 8월을 ‘Augustus’라 부르기 시작했다. 암살당한 그의 양아버지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가 7월(July)이라면, 그는 8월로서 대를 이은 것이다. 28개 군단, 경찰청, 소방청, 친위대 등을 설치하여 로마 전역을 장악하고 “진흙의 로마를 물려 받아, 대리석의 로마를 물려주었다”라는 말처럼 이후 200년간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는 번영과 평화의 시대를 연 인물이다. 이는 ‘로마의 지배 아래 평화’이니 라틴어로 팍스(Pax)는 평화(Peace) 이다.

패권국(覇權國; Hegemon) 로마는 군사력 등 무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절대 아니다. 로마의 정치, 경제, 군사, 행정 그리고 문화적 영향력 등 종합적인 국력은 타 문화권에서도 그를 본받고 싶어할 정도로 압도적이며 월등한 것이기 때문에 패권국가가 되고, 그 결과 팍스 로마나가 지속될 수 있었다. 최근 학자들이 말하는 패권국가의 요건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초강대국’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 외에도 패권국가로서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리더쉽이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국제사회를 위해 보편적 가치 또는 제도적 시스템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하는 국가이어야 만 진정한 패권국가로 인정하겠다는 학자들의 논조이다. 팍스 로마나 시대의 로마는 그렇게 했다.

인류 역사 상 패권국가는 많다. 그들이 만들어낸 평화의 세월 또한 길다. 팍스 로마나 이후, 패권국가 영국이 세계의 중심일 때는 ‘팍스 브리태니카’가 있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그늘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팍스 아메리카나가 흔들리고 있다. 그들의 의지가 약해지면서 곧 그 그늘이 없어질 것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셰일 석유(Shale Oil) 때문이다. 보통 석유라 함은 플랑크톤이나 조류(藻類) 등 생물의 사체가 퇴적암의 층과 층 사이에 갇힌 채로 수천, 수백 만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아 생성된 것이다. 이렇게 생성된 석유가 특정 지점의 암석층 사이 지하 웅덩이에 고여 있다면, 빨대만 꽂아 쉽게 끌어 올려 사용할 수 있다. 중동이나 북해산 석유가 그렇다. 그러나 지구상 대부분의 석유는 셰일이라는 아주 미세하게 촘촘한 퇴적암 층에, 고여 있지 않고 얇고 넓게 분산되어 있다. 마치 한 번 쥐어 짠 여러 겹 걸레 속의 물기처럼 배여 있는 것이 셰일 석유이다.

셰일은 호수, 저수지, 늪지 등이나 유속이 매우 느린 상태의 해저에 쌓인 점토(진흙)질 퇴적암이라서 석유를 잘 투과 시키지 않는다. 세계 석유 매장량의 90% 가 이렇게 셰일층에 갇혀 있다고 추정된다. 그 총 매장량은 3조 3,000억 배럴(1배럴은159리터)로 추정되며, 불공평하게도 그 중 70%가 미국에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에서 멕시코 접경에 이르는 광대한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가 대표적인 셰일 석유 매장지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우쭐거리며 “미국은 앞으로 250년 동안 쓸 수 있는 석유를 가지고 있다”고 장담한다.

셰일 퇴적암의 미세한 암석 입자에 배여 있는 석유를 끄집어 내는 것은 고도의 기술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인류는19세기에 셰일 석유의 존재를 알았지만 당시에는 경제성이 없었고, 또 20세기에 들어와 중동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원유를 생산하면서 셰일 석유는 거의 무시되어 왔다. 즉,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1배럴당 생산원가는 10달러 수준이었으니 셰일 석유 추출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유가 파동은 미국으로 하여금 셰일 석유의 채굴기술에 눈을 돌리게 했다. 기존의 원유 생산 방식과는 완전 다르다. 2004년 경부터 셰일 석유 추출 기술은 미국에서 급속하게 진보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미국인이 최초로 개발하여 자랑하는 ‘프래킹(Fracking)’이라 부르는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e) 공법’이다. 이는 셰일 층이 있는 지하 2~4km까지 수직 시추한 다음, 셰일층을 수평으로 시추(Horizontal Drilling)하는 것이다. 수평 시추한 틈에 물, 모래 그리고 화학물질을 섞어 고압으로 주사하여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을 따라 석유가 서서히 흘러 나와 고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2004년 이후 미국에서는 매년 5만 개 이상의 셰일 유정(油井)이 개발 된다.

2004년 수압 파쇄 공법으로 생산하는 셰일 석유의 배럴 당 코스트는 100달러 이상이었다. 따라서 당시 셰일 석유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약 75달러였으니 시추 업제들은 모두 적자에 시달렸다. 그러나 계속 진보된 기술혁신으로 2011년 경에는 85달러로 떨어졌고 이제는 배럴당 35달러 이하로 생산 가능하게 됐으니 가히 혁명적 진보이다. 그래서 이런 셰일 석유 채굴비용의 혁명적 진보로 손익분기점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셰일 혁명’이라 부른다. 지금도 셰일 석유의 배럴당 생산 원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셰일 혁명은 미국을 세계 제1의 원유수입국에서 에너지 자급자족국으로 만들고, 2019년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제1의 산유국이라는 영광을 안겨주었다. 2024년 2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gency)의 발표에 의하면 하루에 970만 배럴의 셰일 석유를 생산하여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기록은 매일 갱신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개선에 도움을 주고, 셰일 석유 관련 직간접 산업에서 35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져왔다. 물론 셰일 석유의 단점도 많다. 채굴 과정에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물과 화학 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우려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초기투자비가 높으며, 한 유정의 수명이 5년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다.

헨리 키신저의 노력으로 중동 산 석유의 결제통화를 달러로 확정하여 기축 통화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고, 에너지확보는 생존권의 문제이니 그를 위해서는 어떠한 무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카터 독트린’이 패권국가 미국의 지금까지 모습이었다. 그러나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의 대외 의존이 없어지자 미국의 이런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른바 ‘고립주의로의 회귀’이다. 아쉬울 것이 하나도 없게 된 미국은 중동에서도 서서히 발을 빼고자 한다. 그것을 감지한 사우디, 이란,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기존 팍스 아메리카나 국제 질서의 붕괴를 가속 시킬 만한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수를 모색하고 있다.

팍스 로마나와 팍스 아메리카나는 ‘패권국가 그늘 아래 평화’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현재 미국은 로마보다도 더 빠르게 패권국가 지위를 스스로 내려 놓는 것 같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세계 무역질서의 수호자, 자유 민주주의적 보편적 가치의 옹호자이며 질서유지를 위한 세계의 경찰로서 역할을 포기하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고립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점을 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이다. 부연하지만, 패권국가는 그 지위를 지키려는 의지와 함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공공재로 인류를 위한 보편적 가치와 시스템을 제공해야한다고 학자들은 본다. 미국은 이제 그런 공공재 제공 서비스를 이제 그만 두려고 한다. 결국, 미국의 고립주의에 셰일 석유가 한몫 한 셈이다.

셰일 석유도 없고 지정학적 리스크만 충만한 우리에게 패권국가도 팍스 아메리카도 궁극적으로 의지할 곳은 아니다.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등 전쟁 통에 임금을 버리고 각자도생(各自圖生)한 종실과 신하가 전후 용서받았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팍스 아메리카나 이후 난세에는 각자도생이 가장 현실적인 생존방법이다. 셰일 석유가 각국과 기업에 각자도생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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